중소·벤처 성장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IT산업 경쟁력 하락 예방적 구조조정으로
제도 보완 나서야 후속 입법조치 기대
![[시론] 벤처-중기의 `새로운 길`](http://contents.dt.co.kr/images/201511/2015113002102351607001[1].jpg?var=3836 "[시론] 벤처-중기의 `새로운 길`")
박근혜 정부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 걸고 경제활성화를 추진한지 3년이 경과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7월(11.5%)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상 여러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의 약진은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마저 위협하고 있으며,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조선업이 5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기술력 있는 벤처·중소기업들에게 성장동력을 찾아주고자 지난 12일 상법을 개정해 역삼각합병, 삼각주식교환, 삼각분할합병 등 다양한 M&A 제도를 도입하여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 바 있다. 이 제도들은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이 회사명도 그대로 유지하고 등록된 기술과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대기업과 상생하거나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의 대기업화에 대한 기대가 큰 듯하다.
대한민국의 기업 역사를 보면 공정거래법상의 대기업규제를 실시한 1986년 이후 신생 국내 대기업, 즉 글로벌 국내기업이 더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 국내 17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에서 1986년 이후 창업한 기업 또는 그 계열사 외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도 이러한 기업생태계 내에서는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장을 구분하고 중소기업의 영역에는 대기업이 침범을 못하도록 경제민주화정책을 추진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실현하고자 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각고의 기울인 바 있다. 특히, IT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사업을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도 제정해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오히려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는 일정한 IT분야에는 대기업의 사업참여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다시 모색하고자 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국내외 경제환경이 정부주도의 지원정책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따라서 기업들 스스로 사전 예방적 구조조정을 하는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많았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지난 12일 상법을 개정해 역삼각합병 등의 다양한 M&A제도를 도입해 벤처·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합병해 상생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어찌 보면 벤처·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은 있으나 마케팅 능력이나 자금조달능력 때문에 좀비기업으로 전락하는 예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국내기업들의 경쟁력과 궤도적을 같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상법개정이 대한민국 경제활성화에 중요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들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이다. 대기업에 대한 출자규제나 거래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역삼각합병 등을 통한 대기업과 벤처·중소기업간의 상생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후속 입법조치들이 조속히 시행돼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이곳에 벤처·중소기업의 새로운 길이 있을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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