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CYBINT 능력` 키우자

입력 2015-11-26 18:20

"휴대전화 번호, 가능하다면 사용자의 거주지 주소도 찾아라. 계정 사용자가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IS와 같은 의미) 관련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스크린 샷도 최대한 확보하라."
이슬람 국가(IS)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지난 23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그동안 밝혀낸 IS 관련 페이스북 및 트위터 계정 등을 공개하고, 이러한 SNS 계정과 연관된 사용자들의 휴대전화 번호 및 거주지 주소 등도 추적하여 각국의 경찰 혹은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인터넷이나 사이버 공간에 떠다니는 정보를 수집·분석함으로써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해 나가는 것을 '사이버 인텔리전스(Cyber Intelligence 혹은 CYBINT)'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의사를 전달하고 토론하고, 채팅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눈다.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비즈니스와 쇼핑을 하고 교육을 받는가 하면 영화나 음악 감상 혹은 게임을 즐기면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범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과 포르노를 팔고,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은 인터넷상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그들의 이념·주장·목표를 선전하며 조직원을 모집하고 테러계획을 모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킹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핵티비즘(Hacktivism)이 등장했는가 하면, '스턱스넷(Stuxnet)'과 같이 해킹으로 국가의 주요 사회기반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는 사이버 무기도 등장했다.

이처럼 오프라인의 현실 세계와 온라인의 사이버 공간을 구분하는 것조차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 시대에 인적 네트워크 즉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로 불리는 정보분석(Intelligence Analysis)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으며, 사이버 인텔리전스의 도움없이 휴민트만으로 IS처럼 진화한 디지털 테러조직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꽤 오래전부터 프리즘(PRISM)이라 불리는 사이버 인텔리전스 수집·분석 시스템을 가동해오고 있었으며, 중국과 러시아 등도 이와 관련된 사이버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인터넷 활용도가 높고 지정학적 특성상 불리한 위치에 있어 인터넷이나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첨단 범죄나 테러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정부는 휴민트를 중심으로 한 정보분석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술개발 또한 사이버 인텔리전스 수집·분석 보다는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해킹 사고 대응 및 예방에 치우쳐 있다.

록 존슨(Lock K. Johnson)은 그의 논문 "Preface to a Theory of Strategic Intelligence"에서 "정보분석(intelligence analysis)에 사용되는 정보(information)의 약 90%는 비밀(secret)이 아닌 공개된 원천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바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하고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다가오는 21세기에 이러한 공개된 원천은 바로 사이버 공간이다.

물론 미국의 PRISM 시스템을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킨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사이버 인텔리전스를 논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국민 사생활 보호'와 '국가안보 및 사회 안녕' 사이의 균형점은 어디인가 하는 논란이다. 그러나 사이버 인텔리전스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칼이 흉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해서 아예 연구하지도 만들지도 못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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